이 책을 선택한 계기의 여러 이유 중 가장 높게 차지한 비율 하나는 주변에 아무것도 없이 오직 벽으로만 이루어진 쓸쓸한 감옥 안에 나 자신을 가두고 현재로서의 내가 편안하고 안정적이다는 감정을 마치 베개와 같이 껴안으며 자기 위로를 하는 내게 조금이라도 세상에 대한 의문을 들게 하도록 하고 싶었다. 자그마한 창문이라도 하나 만들어 바깥세상을 쳐다보며 궁금해하고 어떤 것이든 호기심이 들어 조금씩 한 발자국이라도 나설 수 있도록, 마치 갓 부모에게서 정을 떼며 둥지를 벗어나고자 첫 비행을 준비하는 아기새처럼 날아서 더 넓은 세계로 뛰어들기 위한 준비를 위해 또한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하면서 영혼을 허약하게 만들 어떠한 장애물에도 무너지지 않고 흐트러지지 않는 굳건한 자존감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읽어봤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시스
사실 이 구절을 읽기 전까지는 싱클레어가 세상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 과정을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는 제삼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기억속에는 쉽게 저장이 되지 않았다. 또한 문장에서의 문맥 자체가 이해하기가 어렵고 현대 시대에 배움을 통해 가질 수 있는 감정선과는 쉽게 교류가 되지 않아 데미안이나 피스토리우스가 싱클레어에게 얘기해주는 문장들이 공감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마침 위 구절을 읽고 나서는 싱클레어에 동화되며 그 이후의 다양한 깨달음 과정들의 주체들이 마치 나를 바라보며 하는 대화 같아 조금이라도 집중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누군가 나에게 싱클레어와 같이 조언과 생각을 통해 현재 본인이 가지고 있는 걱정을 해결할 수 있는 깨달음을 얻었냐고 질문한다면 '아니다'라는 답변을 할 것 같다. 그 이유는 책에서 조언해주는 문장들이 나에게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역사적인 배경이나 철학적인 배움을 통한 기준이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쉽게 판단하지 못했다.
나는 현재 싱클레어의 시절의 비슷한 부분을 현재와 같은 시간을 보내며 공감하고 있다. 시대만 다를 뿐 코로나 기간 동안의 사회적인 압박감을 통해 낮은 자존감이 형성되고 사회에 나가게 되면 폐만 끼칠 것 같은 생각을 지속적으로 가지고 있었기에 좀 더 나 자신을 내적으로 다스리고자 책을 읽기 시작한 이유도 있었다. 물론 이러한 마음을 해결하기에 데미안과 같이 현실에서의 가까운 친구들이 내게 이러한 질문을 던지고 지속적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친구가 있으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데미안이 내게 하는 말은 실마리를 푸는데 시작조차 할 수 없는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이다. 추후에 내가 정서적이나 학문적으로 성장하게 되면 다시 만나 보고 싶은 친구이기도 하다. 데미안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기다릴 테니 내가 좀 더 성장하여 다시 만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종적으로 느낀 바를 말하자면 철학적인 관점으로 내 자신과 대화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고난이나 역경과 같은 큰 문제에 부딪힐 때 주변의 친한 친구, 가족들과 생각을 나누는 것도 물론 해결방안을 얻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에 문제의 해결방안을 직접 실행하는 사람의 주체가 내 자신이기 때문에 평소에 본인과 어떠한 주제로든 많은 대화를 한다면 문제에 대한 감정소비를 겪을 수 있는 기간을 줄이고 감당할 수 있는 감정의 한계력을 높여 조금 더 강인한 내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현재 미래적으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이 책을 도전해보도록 번역가님이 하신 말을 빌려 마치겠다.
이 작품이 그리는 그 고통스러운 성장의 세계를
방금 뒤로했거나 바로 그 한가운데 있는 젊은이들의 몫이어야 할 것이다.
'나를 찾아가는 길'을,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그 누구도
근본에서 피해 갈 수 없는 한 시절의 아픈 방황과 그 끝을 이 책은 그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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