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인 동양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 한 남자 제임스 리, 그는 역사학자이다. 어린 나이임에도 곧 교수라는 직함을 얻는 그는 처음으로 대학교 강좌를 개설하며 OT를 진행하고 있다. 그런 그에게 첫눈에 반한 그녀는 물리를 사랑하고 의사를 꿈꾸고 있는 메릴린라는 여자와 첫 만남부터의 기습적인 사랑이 이루어진다. 서두에서부터 앞으로 아름다운 길만 있을 것 같은 이야기 속에서 가정을 꾸려나가지만 삼 남매 중 딸 리디아가 이유 모를 실종 상태가 됨으로써 그들을 이루고 있는 가정의 기둥들은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한다. 아니 오히려 무너져 있는 상태였다.
외부에서 지켜봐도 그들의 가정은 사회 속에서 겉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 구성원들의 최소한 하나의 결함들을 가지고 있었다. 제임스 리는 겉모습이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어릴 적부터 사회 구성원으로 어울리지 못했다. 친구들을 사귀지 못했다. 그에게 다른 이유는 없었다. 메릴린은 보수적인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전형적인 성인 여자의 모습으로 남편을 보좌하는 모습으로 성장하기 바랐다. 그녀에게 베티 크로커의 요리책은 마치 데스노트와 같았다. 또 명문 대학교에 진학해서 본인에 걸맞은 남편감을 찾길 바랐다. 능력 있는 남편과는 상관없이 의사가 꿈이고 되고 싶은 그녀에겐 엄청난 압박감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제임스 리를 처음 봤을 때 평생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느꼈다. 그는 어머니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서양 남성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두 부모의 결함이 그들에게는 리디아로써 채우길 바랐다. 어렸을 때부터 달랐기 때문이다. 아버지 제임스 리는 리디아가 외형적인 모습에 상관없이 친구들과 두루두루 사귀길 바랐다. 하지만 그녀는 친한 친구가 없었다. 그래서 힘들었다. 어머니 메릴린은 의사가 되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리디아에게 바랐다. 의사가 아니더라도 물리, 화학에 관심이 있길 바랐다. 메릴린이 막내 한나의 존재를 알아차리기 전 꿈을 찾기 위해 가정에서의 두 달간의 공백이 있을 때 엄청난 슬픔을 겪은 리디아는 메릴린의 부탁이라면 뭐든 들어줘야겠다고 다짐한 이후로 뭐든 부모님이 요구하는 것이면 열심히 하는 척을 했다. 하지만 나이가 차면서 부모님의 요구를 들어주기에는 버거워하는 그녀의 모습이 나타난다.
리디아의 오빠인 네스는 어머니의 공백이 있을 때의 아픔을 우주 비행사의 발사순간으로 잊은 순간부터 우주라는 큰 테마로 가족의 관심을 채우기 시작했다. 그것으로 자신을 만족시키고 가족이라는 테두리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그는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 리디아의 모습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매번 도와줬다. 근데 단순한 도움이 아니었다. 부모님도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길 바랐다. 하지만 이상하게 리디아는 부모님들이 오빠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 또한 바라지는 않았다. 그래서 오빠가 하버드에 합격했을 때에도 물리시험을 망쳤다고 행복했던 상황을 방해했다. 그 이후로 그들의 뚜렷했던 가족간의 그림은 서서히 번져가기 시작했다. 막내 한나는 달랐다. 이미 가족 구성원에서의 위치를 인정했다. 부모님들의 관심이 없어도 그 대가로 가족의 물건들을 훔치기 시작했다. 그 물건들이 자신의 옆에 있는 것이 가족의 안정감으로 위로해 줬기 때문이다.
위와 같이 리디아의 실종을 중심으로 가족 구성원 개인마다 결함에 따른 이야기와 결합되어 이루어지는 감정적인 상황들로 이끌어나간다. 소위 사회적으로 차별을 겪고 있는 가족이기도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솔직함'의 무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엿볼 수 있다. 상대방의 마음을 배려한다는 방패로 본인이 알고 있는 진실을 말하지 않고 지켜봄으로써 그들의 소통은 서서히 끊기기 시작한다. 그래서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감정의 곡선도 상승되며 그때마다 내 마음도 먹먹하게 한다. 읽고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되돌아보면 본인이 가족에게 충실히 하고 있는지에 대한 회의감을 느낄 수 있다. 사회에서 축적되어 있는 스트레스를 가족에게 풀지 않는가? 나는 진정으로 가족의 존재를 이해하고 의무를 다하고 있는가? 가족마다 개인의 관점으로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래서 자녀 쪽에서 속하는 본인임에도 가족의 자녀들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조언을 얻을 수 있었다. 그들의 개인 인격체로 존중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내 부모님을 존중해왔다고 생각해 왔던 것 같다. 나이 때에 맞는 조언과 충고가 마냥 부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당시 시대의 재물과 사회의 관습으로 우리 부모님은 배우고자 하는 뜻이 있음에도 이루지 못했다. 그래서 항상 내게 배움에 대한 강조를 해왔지만 그게 압박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이유에 대해 지금에서야 생각해 보면 내 모습 그대로 사회에서 존재하길 바랐기 때문이다. 부모와 자녀가 추구하고자 하는 바가 같다면 가정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지만 때로는 서로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때의 부정적인 인식보다 존중하고자 하고 설득보다는 진정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충고가 중요하다. 단방향적인 주장은 오히려 상황이 악화가 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상황들은 극단적인 결말로써 그들에게 후회라는 감정으로 상황을 복기한다. 안타까운 상황이 되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해보고자 하는 습관을 들여보자하는 마음이 든다.
리디아는 호수를 내려다봤다. 호수는, 너무나도 어두워서,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다.
그저 칠흑같이 어두운, 발밑으로는 거대한 공동만이 있는 것 같았다. 모두 괜찮을 거야,
리디아는 그렇게 속삭였고, 마침내 물 위로 발을 내디뎠다.
네스는 생각했다. 네스는 저항하지 않았다.
그저 숨을 참고, 팔과 다리를 가만히 두고, 두 눈을 감지 않고 그대로 물속으로 떨어졌다.
그래, 이랬을 거야. 네스는 가라앉는 리디아를 생각했다. 지금처럼, 밑으로 점점 더 내려가면,
물 위에서 아른거리는 빛도 점점 더 어두워지겠지. 이제 곧 바닥에 닿을 거다.
⋯
네스는, 살아가면서 만나는 중요한 순간이면 언제나 그렇듯이, 동생을 생각할 것이다.
아직은 알 수 없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언제나 그러리라는 걸, 네스는 이미 알고 있었다.
앞으로 정말 많은 일이 일어날 테고, 그때마다 난 너에게 말하고 싶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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